다양한 전문 분야 번역 중에서 법률 분야 번역의 특징을 들자면, 특히 전문 용어에 관해서 다른 전문 분야보다 통일된 기준과 원칙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컨대, 과학적 기준에 의해 뒷받침되는 의료 분야에서는 독감(influenza), 혈압(blood pressure), 당뇨병(diabetes), 코로나19 등 거의 모든 의료 용어가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의해서 통용된다.
하지만, 법률 분야는 나라마다 제도가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그냥 핵심적인 내용이 비슷하면 같은 의미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mortgage의 실제 내용은 나라마다 상당히 다르지만 한글로는 저당권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또한, 같은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regulation이 유럽연합에서는 법률에 해당되지만 미국에서는 법률보다 하위의 규정에 해당되는 경우가 이런 사례다.
이 때문에, 법률 번역에서는 source language와 target language 한 쪽의 법률 용어만 알아서는 제대로 번역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나마 한 쪽 언어의 전문 용어라도 확실히 알면, 다른 쪽 언어에 대해서 해당 국가의 법률 제도를 정확히 확인하여 이해한 다음에 최적의 번역 용어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이도 저도 모르면 답이 안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의료, 화학, 생물학 등의 과학 분야는 알거나 모르거나의 차이가 극명하게 구별되는 측면이 있어서 모르면 아예 진입도 하기 어렵지만(나도 가끔 계약서에 뇌전증, 경련, 떨림 이런 단어만 나와도 긴장되고, 심지어 사전에도 없는 동물이나 식물 이름 나오면 죽을 맛이 된다), 법률 분야는 대강 읽어보면 다 아는 단어고 사전 찾아가면서 번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광범위해서 중간에 대강 알거나 대강 모르는 번역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건 점잖은 표현이고, 솔직히 말하면 최소한의 함량에도 미달되는 법률 번역자들이 수두룩하다. 그 결과, 영어 좀 하는, 심지어 영어 해석이나 국어 쓰기도 제대로 못 하는, 어중이떠중이 다 뛰어드는 분야가 되었다.
요새 본 오역 중에서 한 문장을 소개한다.
IF YOU WISH TO REJECT THE TERMS OF THIS AGREEMENT, YOU MUST NOT INSTALL, COPY, OR USE THE PROGRAM.
이 계약의 약관을 거부하려면 프로그램을 설치, 복사 또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엉터리 번역이지만, 이런 번역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Terms가 약관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어디서 보았지만, 실상은 초보적인 법적 개념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억지로 꿰어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저런 건 실수로 나올 수 있는 오역이 아니라 실력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전면 재번역을 의뢰받아서 저 문장이 포함된 약관을 전부 읽어 보았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걸음마도 못 뗀 애가 실전에서 설치고 다니는 격이다.
이런 애들은 중재 조항에서 "before the arbitrator"를 "중재자 이전에"라고 번역한다. before는 이전이고, after는 이후니까, 맞는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중재인을 중재자로 번역하는 건 그냥 애교로 봐주더라도, "중재인 면전에서/앞에서"란 공간적 표현을 시간적 선후로 둔갑시켜 버린다. 이렇게 엉뚱한 번역이 들어가면 전체 문장은 개판이 된다. 번역은 고사하고 한국말 자체로도 말이 안 되는데, 이런 애들이 법률 번역을 한답시고 돌아다닌다. 이런 애들이 한 번역 가지고 Translation Memory도 만들고, 인공지능도 훈련시킨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게 왜 틀렸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블로그의 게시물 중 다음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법률/계약서 번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사항 중 하나다.
https://legaltranslation.tistory.com/185
Contract, Agreement, Terms and Conditions란 용어의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번역
법률 영어 스터디를 운영한다는 어떤 미국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contract와 agreement의 차이는 enforceability(법적 강제성) 유무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글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그 밖에
legaltranslation.tistory.com
모든 번역의 기본은 target language의 정확한 이해다. 영한 법률 번역을 하면서 계약, 약관, 조건의 차이도 모르니 저런 엉터리 번역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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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어졌는데,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라마다 상이한 법률 제도의 차이로 인해서 정확히 일치시키면서 번역하기 어려운 경우 중 하나로 각종 법률, 법령, 규정 등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를 들 수 있다.
Law, Act, Legislation, Statute, Code, Ordinance, Regulation, Directive, Decree, Rule, Order ...
오늘은 이런 용어들에 관해 대략적으로 알아보겠다.
이런 용어들의 개념과 차이가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기 바란다. law와 act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히 동일한 개념이라도 말하는 사람도 있듯이, 명쾌하게 정해진 정답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임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예시:
Borrower agrees to abide by any and all federal, state, parish and municipal laws, codes, ordinances, rules and regulations applicable to the Project, whether presently existing or hereafter promulgated, including without limitation environmental laws, building codes, land use, and zoning codes.
위 문장에서, laws, codes, ordinances, rules and regulations는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나라면 지금 당장은 "법률, 법규, 명령, 규칙 및 규정"이라고 번역할 것 같지만, 몇 달 후에 이 문구를 보면 code를 법규가 아니라 법령으로 번역하거나, ordinance를 명령이 아니라 법령으로 번역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번역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고, 유일한 정답도 아니다. code나 ordinance를 조례로 번역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더 다양한 용어가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이유는 code나 ordinance가 여러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고, 나라마다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해당 계약서에 규정된 준거법이 어느 나라 법률인지 확인해서, 해당 국가에서, 그리고 해당 문맥에서, code나 ordinance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확인한 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용어라면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런 단어 한두 개 번역하자고 이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냥 대강 사전에 나오는 단어들 중에서 문제가 없을 만한 적당한 용어를 중복되지 않게 끼워 맞추게 된다. 실제로 법률 문서를 번역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이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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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어쩔 수 없이 저렇게 처리하더라도, 법률 번역 종사자라면 이런 다양한 용어에 관해 대략적인 개념은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비록 나라마다 경우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각종 법령을 지칭하는 용어에 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겠다.
우선, 각종 법령을 의미하는 영어 용어를 제대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번역하려면 한글 용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니, 먼저 이에 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상식적으로 법령의 서열이나 종류에 관해 말할 때,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서열 1위: 헌법
서열 2위: 법률 - 조약
서열 3위: 조례 - 명령 - 규칙 (조례, 명령, 규칙 상호 간에 서열이 있는 것은 아님)
헌법, 법률, 조약, 조례는 다른 용어와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그 의미가 명확하니, 굳이 설명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명령이나 규칙은 일상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법률 문서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해당 문맥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위와 같이 법령의 서열이나 종류에 관해 말할 때, 그 중 하나로 열거되는 "명령"은 대통령령, 총리령 또는 부령을 말하는 것이고, "규칙"은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 또는 입법부의 각종 규칙(대법원 규칙, 헌법재판소 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 국회 규칙)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법령의 명칭에서는 대통령령을 "~~ 시행령"이라고 표시하고, 총리령이나 부령은 "~~ 시행규칙"이라고 표시한다. 따라서, 예컨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행정안전부령, 즉 명령이고, 민사소송규칙은 대법원규칙이라는 점에서, 같은 규칙이란 표현을 쓰지만 그 실질은 다른 것이다.
참고로, 명령 또는 규칙에 관한 헌법 조항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제108조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명령"이란 용어가 실제 법률 문서에서는 위와 같은 헌법상 의미(즉, 법률의 하위 규범)로 사용되기 보다는, 상급기관에서 하급기관에게 지시하는 사항이란 의미로 사용되거나, 법원이 명령한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권한 있는 기관의 판정/명령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오히려 대부분이다.
"규칙"도 실제 법률 문서에서는 위와 같은 헌법상 의미(즉, 법률의 하위 규범)로 사용되기 보다는, 각종의 다양한 조직이나 업무와 관련된 규정이나 원칙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오히려 대부분이다.
공식적인 체계는 위와 같지만, 실무적으로는 "법령", "법규", "규정" 등의 용어도 많이 사용되는 등, 혼란스러울 정도다. 국어사전이나 법률용어사전에 보면 법규는 "일반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계 있는 법 규범"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지만, 이런 거는 사실 말장난에 불과하고, 법률이나 법령이나 법규나 다 그게 그거다. 번역자들이 이런 개념의 차이를 따지면서 번역해야 할 문서를 만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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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용어에 관해 대강 알아봤으니, 영어 용어에 관해 알아보자.
constitution은 헌법을 의미한다. 별로 할 말은 없은 단어다.
참고로, constitution이 헌법이란 의미를 갖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회사 등의 조직의 최상위 규정도 constitutional document라고 부른다. charter document라고도 부른다. constitutional document를 뭐라고 번역해야 할지는 애매하다. 헌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고, "기본 문서" 또는 "조직 문서"라고도 하는 데, 확립된 용어는 없다.
한국에서 회사의 최상위 규정은 "정관"이다. 흔히 articles of incoropration 또는 memorandum of association을 정관이라고 번역한다. 이런 정관에 준하는 문서를 회사 이외의 기타 조직이나 조합 등에서는 "규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헌법, 법률, 명령처럼 회사에서도 규정의 서열이 있는데, 정관보다 하위의 규정을 흔히 사규, 내규 등으로 부르며, bylaws라고 부른다. articles of associ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리해 보면, 회사의 규정은 최상위의 "정관"과 그 밖의 "사규"로 구분할 수 있는데, memorandum of association과 articles of association이 이에 해당되는 한 세트이며, 어떤 국가들에서는 articles of incoropration과 bylaws란 용어를 한 세트로 사용한다.
법률을 지칭하는 용어는 law, act, legislation, statute, code 등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모두 법률이란 동일한 의미를 갖지만, 중복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경우에는 법률, 법, 법규, 법령, 제정법 등의 용어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단어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부의 견해에 불과하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이런 저런 법률이나 계약서를 자꾸 번역하다 보면 대강 약간의 차이점이 느껴지게 된다. 아 이런 경우에는 이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구나 하는 정도...
governing law 또는 applicable law는 보았어도, governing act 또는 applicable act는 못 보았을 것이다. 이런 정도의 차이다. 내 경험상, act는 국회에서 제정된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률"(예컨대, Copyright Act)을 의미하거나 이런 명칭으로 사용되고, law는 굉장히 광범위한 의미에서는 법률, 즉 최상위 헌법부터 최하위의 명령이나 규칙에 이르기까지 어떤 관할 국가의 일체의 법령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심지어 불문법까지도 포함된다. governing law 또는 applicable law는 이런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참고로, 계약서에서 각종 법률을 표시할 때, 예컨대 Copyright Act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copyright laws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저렇게 대문자로 기재된 경우에는 특정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에 맞게 "저작권법"이라고 번역하면 된다. 상당수 번역자들이 copyright laws 같이 기재된 경우에도 저작권법이라고 번역하는데, 이런 번역은 바람직하지 않다. copyright laws 같이 기재된 경우에는 특정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명칭이 무엇이든 저작권과 관련된 일체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저작권 법률"이나 "저작권 관련 법률" 등으로 약간 달리 번역해야 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statute는 불문법과 대비되는 성문법 내지 제정법이란 의미를 강조할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legislation도 이와 비슷하지만, legislation은 법률 자체보다는 법률을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는 "입법"(=법률 제정)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code 또한 법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법령집이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참고로, United States Code(U.S.C.)는 미국 연방 법전이고, Code of Federal Regulations(CFR)는 미국 연방 규정집을 의미한다.
법률은 일반적으로 법률안을 입법기관인 의회에서 가결하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승인 및 공포함으로써 성립된다.
Wikipedia에서는 법률안(bill)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A bill is proposed legislation under consideration by a legislature. A bill does not become law until it is passed by the legislature and, in most cases, approved by the executive. Once a bill has been enacted into law, it is called an act of the legislature, or a statute. Bills are introduced in the legislature and are discussed, debated and voted upon.
유럽연합에서는 일반적인 국가들에서 법률에 해당되는 용어로 regulation 및 directive란 용어를 사용한다.
regulation은 "규정", directive는 "지침"으로 주로 번역하지만, 특히 regulation은 이름만 규정이라고 부를 뿐이고, 그 실질은 법률과 동일하다.
regulation은 그 자체로 EU 회원국에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지만, directive는 EU 회원국의 개별적인 법률에 반영되어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regulation은 EU 전역에 걸쳐 적용되는 구속력 있는 법률이고, directive는 회원국에 대한 입법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ordinance는 명령(법률의 하위 규범)이나 조례란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주로 영국의 영향을 받은(식민지였던 경우) 일부 국가에서는 법률이란 의미로도 사용된다.
예컨대, 홍콩 회사법은 "Companies Ordinance (Cap. 622)"라고 부른다. 이런 법령명에서 사용되는 Cap.은 라틴어 capitulus의 약자이며, chapter란 의미라고 한다. 즉, 우리가 흔히 제1장, 제2장 등으로 번역하는 "chapter"가 이런 국가들에서는 각각 하나의 법률에 해당된다.
decree는 명령(법률의 하위 규범)이라고 주로 번역하며, order도 마찬가지다. 다만, order는 법률의 하위 규범으로서의 명령이란 의미보다는, 상급기관의 명령이나 법원의 명령 등과 같은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된다. rule은 법률의 하위 규범인 규칙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규정, 규칙, 원칙 등을 의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법령을 영어로 번역할 때, 주로 법률명에는 Act를 사용하고, 대통령령인 시행령은 enforcement decree, 총리령/부령인 시행규칙은 enforcement rule이라고 번역한다.
흔히 "행정명령"이라고 번역되는 미국 대통령의 "executive order"는 한국의 대통령령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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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regulation이란 용어에 관해 알아보자.
어려운 단어는 아니지만, 번역할 때는 의외로 까다롭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어 중 하나다.
먼저, regulation은 오만가지 각종 규정을 지칭하기 위해서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항이니 논외로 한다. 그리고 EU에서는 법률을 의미하고, 미국에서는 법률의 하위 규범(한국법상의 시행규칙)을 의미하기도 한다.
regulation의 진짜 가치는 지금부터 설명하는 용어들에서 나온다.
regulation은 국가나 조직의 사소한 규정에서부터 최상위 헌법까지 모든 법령을 망라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정"에서는 권리를 부여하기도 하고, 업무를 "감독"하거나 "규제"하기도 한다.
주로 regulatory란 형용사 형식으로 사용되면서, "법령상", "감독상", "규제상"이란 의미를 갖는데,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는 해당 문맥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regulation을 "법령"으로 번역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형용사인 regulatory는 "법령상"으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 Regulatory Rights: 법령상 권리(=법령상 인정되는 권리)
- Regulatory Authority/Body/Agency: 감독당국, 감독기관, 규제기관 ...
- Regulatory Information: 법령상 고지사항(=법령상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는 정보/사항)
- Regulatory Approval: 법령상 취득해야 하는 승인, 즉 "법령상 승인" 내지 "인허가"를 의미한다.
- Regulatory Affairs: 법령상 승인을 받기 위한 제반 업무, 즉 인허가 업무를 의미한다. 참고로,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RA(Regulatory Affairs)를 "규제과학"이라고 부르며, RA 전문가 자격이 따로 있다. 규제과학? 누가 만든 용어일까?
- Compliance는 Regulatory Compliance와 사실상 같은 말이다. 컴플라이언스 또는 법령 준수 정도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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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법령에서는 상위 법령에서 하위 법령에 일정 사항을 위임하기도 하고, 이러한 위임이 없더라도 하위 법령에서 상위 법령을 집행하기 위해 일정 사항을 규정하기도 한다.
헌법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자를 위임 명령이라고 하고 후자를 집행 명령이라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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